[칼럼] 문화로 산업 창조…도시재생·지역발전 이끈다
문화는 도시의 가치를 더해주고, 도시는 문화의 생산자 역할을 한다. 문화는 도시 관광의 핵심이기도 하다. 오스트리아 빈 관광객의 2/3는 예술과 문화 때문에 찾는다. 영국 런던은 문화관광 여행을 통해 연간 110억달러를 벌어들인다. 문화는 재능 있는 인재를 도시로 끌어들이고, 인재를 채용하려는 기업도 끌어들인다. 런던이 자랑하는 창조산업도 문화를 즐기는 젊은 글로벌 인재와 기업이 몰리기에 가능하다. 대만 타이베이는 중국과의 언어·문화적 역사 공유를 통해 비즈니스를 하면서 국제적으로 중국 문화의 전시장 역할을 하고 있다. 문화는 비즈니스의 혁신을 촉진하고 사회를 폭넓게 만든다. 프랑스 파리의 문화는 인재 양성, 창조성, 몰두, 놀라움, 위험 감수를 장려해 혁신적 비즈니스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특히 문화적 창조성은 지역 개발과 도시 재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세계 23개 도시가 주축이 돼 2012년 결성된 세계도시문화포럼(World Cities Culture Forum)은 세계 도시의 문화를 크게 문화유산, 문학, 공연예술, 영화 및 게임, 사람 및 인재, 문화 활력과 다양성으로 구분하고 다시 항목별로 10개 정도의 세부 항목을 마련해 도시별 문화지수를 비교하고 있다.
도시의 문화적 기량과 경제적 성공의 연관성은 깊어지고 있다. 문화의 상업적 기능은 이미 도시 내에서 창조산업 역할을 하고 있다. 문화 관련 창조산업은 매출, 고용, 수출, 세수 등 도시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다. 도시의 풍부하고 생기 넘치는 문화는 능력 있는 인재와 이들을 채용하려는 기업 모두가 좋아한다. 글로벌화된 지식경제에 있어서 능력 있는 인재 확보는 성공의 열쇠이자, 탄탄한 수요층을 형성하면서 도시 경제 성공의 원천이 된다. 상하이, 이스탄불, 상파울루 같은 이머징 도시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들 도시는 문화가 미래의 경제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믿는다. 상파울루, 뉴욕, 베를린 같은 도시의 페스티벌은 거주 인구의 1/3 정도에 해당하는 외부 관람객을 끌어들인다. 홍콩에는 연간 약 4200만명의 중국인 관광객이 찾는다. 2015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1323만명이다. 대부분 도시 관광을 즐긴다. 문화와 관련된 2015년 한국 콘텐츠산업 매출은 전년 대비 4.8% 성장한 100조원 정도를 기록했다. 수출액은 전년 대비 10.5% 성장한 58억3000달러였다. 성장률이 일반산업보다 훨씬 높다. 특히 한류를 이용한 대중문화가 기여하는 바가 크다.
도시 문화와 경제성장 상관관계 높아
문화는 도시의 고민거리를 해결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생활공간 개선과 사람들 간의 소통, 공공지원을 통해 도시에 도움을 준다.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도시가 되기 위해서도 자연유산을 보존하고 장려하는 것이 중요하다. 캐나다 토론토는 1980년대에 문을 닫은 공장지대 에버그린 브릭 워크스(Evergreen Brick Works)에 재생사업을 전개했다. 오래된 점토 채석장과 산업용 건물들이 지금은 자연보존과 녹색기술 비즈니스를 위한 중심지가 됐다. 농민시장이 열리고, 녹색 생활스타일을 활용하는 방법 등을 제공하면서 매일 수천명의 방문객을 모으고 있다.
도시의 문화 창조성은 규제가 덜할수록 강해진다. 규제가 적으면 사람들은 생활하고 일하고 어울리고 실험과 혁신을 더 하게 된다. 규제가 강해지면 도시는 문화적 활력과 글로벌 위치를 상실하는 위험을 겪게 되며, 그 위험이 복사돼 서로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지금 도시는 글로벌화를 통해 동질화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동질화가 지나쳐서 도시정책 결정자들이 해외 사례를 그대로 정책에 반영하다가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세계 여러 도시에서 동일한 브랜드의 체인스토어와 레스토랑을 목격하고, 동일한 건축사가 설계한 유명 빌딩을 볼 수 있다. 동질화와 차별화는 적절히 병행하는 것이 좋다. 차별화는 자신만의 특징적인 모습과 문화유산, 자신의 이야기를 최대화하면서 역사적인 것과 현시대적인 것 사이에 균형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도시 성장이 때로는 문화를 구속하는 경우도 있다. 도시는 독창성을 통해 성장하지만 부동산 가격과 생활비 상승으로 독창성을 유지하기 힘들어지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고급화 현상인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처음에 지역에 생명을 가져다준 창조적인 독창성이 위협받고 있다. 예술가들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부동산과 생활물가가 올라 더 이상 문화적 생산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도시에 적절한 가격의 문화작업공간이 부족해지면서 아이디어 번창이 어려워지고, 혁신을 억제하게 된다. 글로벌 대도시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과거에는 문화 인프라인 콘서트홀이나 도서관 등에 집중하다가 지금은 비공식 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글로벌 도시 문화생산 공간확보 노력
글로벌 도시는 지금 문화생산이 가능한 공간을 확보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런던의 혁신경제단지인 테크시티는 문화 예술을 적극적으로 유치해 선도적인 창조적 기술을 만들어내고 있다. 홍콩은 40만㎡ 부지에 웨스트 카오룽 문화지구를 조성하고 있다. 이곳은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과 세계 수준의 전시, 공연, 예술, 문화적 이벤트 활동의 중심지가 되면서 새로운 창조경제단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서 생겨난 창의성은 전체 도시로 확산될 것이다.
다문화도 문화의 다양성 확보 차원에서 중요하다. 다문화가 융합에 위협이 된다고 보는 일부 시각도 있지만, 글로벌 대도시에서 다문화는 도시문화의 다양성을 풍족하게 하는 자산이 된다. 문화를 활용해 시대적 변화에도 대응할 수 있다. 터키 이스탄불은 문화의 향수성을 강조해 기존 문화유산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는 도시의 급속한 변화에 대응하고 역사적 정체성 강화, 통합과 지역특성 보호에 도움이 된다. 뉴욕의 힙합 문화는 동시대성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부각되는 새로운 정체성을 강조해 도시 내 융합에 기여한다. 주요 투어 쇼나 전시 박람회처럼 세계화 개념으로 유명해진 문화는 글로벌 융합에 기여하고 있다. 도시문화는 시기와 사람 장소가 다른 문화를 혼합해가면서 변화하는 속성이 있다. 도시는 자신의 사회적 경제적 계획에 도움이 되도록 문화 해석의 균형점을 찾아내야 한다.
문화는 도시의 여러 정책을 하나로 꿰는 역할을 한다. 문화정책이 대중 참여가 많은 영역으로 다가가면 시민은 스스로 문화적 자부심을 갖게 된다. 도시의 성장과 당면과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도시정책에 문화를 반영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소외계층 정책으로 예술가들에게 보조금을 줘 저소득층과 함께 문화 활동을 하게 하거나, 박물관이나 공원 무료 입장권을 제공하면 사회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문화를 함께하면 교육도 풍성해지고, 노인보호 프로그램은 보다 인간적이 되며, 인프라 공간은 시민들로부터 환영받을 수 있다. 문화는 사회를 하나로 묶는 능력이 있다. 서울 같은 대도시에 대규모 창작문화단지가 들어선다면 새로운 혁신 경제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한경 BIZ School] 문화로 산업 창조…도시재생·지역발전 이끈다 최민성 < 델코리얼티그룹 대표 >
본 칼럼은 2016년 10월 20일 '한국경제'에 게재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