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정보] 가정간편식의 진화
코로나19 펜데믹 전인 2020년 1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정간편식(HMR) 시장 규모는 2018년 기준 약 3조2000억 원이었다. 그러나 2022년에는 약 5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재택근무와 개학 연기 등 비대면 시대를 맞아 집콕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가정식사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바쁜 현대사회의 생활양식과 1인 가구의 증가로 가정간편식 수요는 많았지만 코로나19 사태는 온라인 주문도 폭발적으로 증가시켰다. 가정간편식 종류는 점차 다양해지면서 맛은 기본이요, 영양과 친환경 프리미엄 등으로 부식 개념이 아닌 주식의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 집밥만큼 공들인 간편식들의 등장으로 그야말로 부엌없는 세상을 앞당기고 있다. 가정간편식의 진화과정과 그에 따른 문제점은 없는지 알아보자.
자료:
업다운뉴스(http://www.updownnews.co.kr)
서울와이어(http://www.seoulwire.com)
매일경제(https://www.mk.co.kr/news/culture/10239543)
oodnews(http://www.foodnews.co.kr)
포쓰저널(http://www.4th.kr/news/articleView.html?idxno=2026459)
https://blog.naver.com/m9714496/222796867967
더중앙(https://www.joongang.co.kr/article/23466286#home)
델코지식정보
https://www.delco.co.kr/
1. 간편식의 정의
가정간편식은 단순 조리 과정만 거치면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식재료를 가공, 제조, 포장해 놓은 완전, 반조리 형태의 식품을 의미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공전에 나온 간편식 분류는 △구입 후 바로 섭취가 가능한 '즉석 간편식(RTE·Ready To Eat)' △단순 가열 후 섭취가 가능한 '가열 간편식(RTH·Ready To Heat)' △간단한 조리(가열)가 필요한 '간단요리 간편식(RTC·Ready To Cook)' 세 가지다.
최근엔 여기에 하위 개념으로 밀키트(Meal Kit)=(RTP·Ready to Prepare)를 포함한다. 쿠킹박스 또는 레시피 박스라고도 불리는데, 요리에 필요한 손질된 식재료와 딱 맞는 양의 양념, 조리법을 세트로 구성해 제공하는 반 간편식 제품으로 정의한다.
2. 국내 간편식의 원조
3분요리의 대명사 ‘3부 카레’ : 업계에서 공인하는 가장 오래된 간편식 제품은 1981년 4월 오뚜기에서 출시한 '오뚜기 3분카레'다. ‘3분 요리’란 즉석식품 브랜드중 하나인 ‘3분 카레’는 데우기만 하면 간편하게 즐길 수 있어 소비자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 출시 첫해 400만개가 판매됐고 이후 ‘3분 스파게티 소스’ ‘3분 미트볼’ ‘3분 짜장’등 제품군을 확대해 나가, 40여년의 세월동안 오뚜기를 즉석식품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는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다.
즉석 밥의 대명사 ‘햇반’ : 1990년대 CJ제일제당 내부에서는 즉석밥 출시를 앞두고 반대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초기 투자비용 100억원은 공기밥을 사서 먹는다는 개념 자체가 없던 시절로서는 섣불리 결정하기 쉽지 않은 규모였다. ‘갓 지은 밥맛’이라는 제품의 핵심 가치를 구현하기 위해 경영진은 어렵게 투자를 결정했고, 1996년 출시 이후 CJ의 효자상품이 됐다.
햇반은 5년간 경쟁 상품 없이 독보적인 즉석밥 제품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2000년대 들어서 경쟁 상품들이 하나둘 등장했다.
국내 최초 한식 HMR(Home Meal Replacement) 동원 ‘양반’ : ‘양반’은 1986년 탄생한 이후 한식 고유의 전통은 지키면서 편리함 가치까지 더한 37년 전통의 국내 최초 한식 가정간편식 브랜드다. ‘양반죽’ ‘양반김’으로 건강 한식 간편식의 대중화를 이끌었던 양반은 최근 ‘양반 수라’에 이어 ‘양반 수라 시그니처’를 출시하면서 고려인삼, 횡성 한우 등 국내산 고급 특산물 식자재를 활용해 한식 가정간편식의 고품격 프리미엄 라인을 구축했다.
3. 국내∙외 식품시장 점령한 HMR, 지금은 ‘간편식’ 전성시대
이처럼 다양한 종류와 형태로 식사 준비 시간과 노력을 덜어주며 현대인들의 끼니를 책임지고 있는 간편식은 국내에서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시장 조사 기업인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세계 간편식 규모는 2017년 1,204억 달러, 2018년 1,251억 달러(예상), 2023년 1,398억 달러(예상)로 지속적인 성장 가도를 달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의 경우 데우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형태에서 요리하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밀키트’로 간편식 시장이 확대되면서 성장세는 더 뚜렷해지고 있다. 밀키트 시장의 성장은 2012년 미국 식재료 배송회사인 블루에이프런(https://www.blueapron.com)의 신개념 식재료 배송이 시초가 되었으며, 이후 많은 업체가 시장에 뛰어들면서 규모가 크게 확대되었다. 또한 건강한 간편식 관심이 증가하면서 HMR 선진국으로 불리는 미국, 영국, 일본에서 유기농, 저염, 저지방, 글루텐프리, 비건 등을 포함한 ‘헬스 앤 웰니스(Health and Wellness)’ 간편식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하고 있다.
국내 간편식 시장도 연평균 17.3%의 성장세를 보이며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국내 간편식 시장 규모는 2016년 2조2700억원에서 2020년 4조원대로 커졌고, 2022년에는 5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기존 식품업계는 물론 외식 브랜드와 호텔, 가전업계까지 관련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4. 국내 HMR 간편식의 성장요인
첫째,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재택근무와 개학 연기 등 비대면 시대를 맞아 집콕 문화가 보편화되면서 집밥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둘째, 대한민국 전체 가구 중 1인 가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30%에 육박하면서 가정간편식 소비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셋째, HMR 제품의 품질 개선과 편의점 점포 수 확대, 가정 내 에어프라이어 보급률 상승도 한 요인이다.
넷째, ‘런치플레이션’(점심+인플레이션)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외식 물가의 급등으로 전문식당 수준의 음식을 집에서 간편하고 저렴하게 즐길수 있는 간편식이나 밀키트 제품들이 주목받고 있다.
다섯째, 온라인시장도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 거리두기 등으로 외출이 제한되자 편리한 온라인쇼핑이 HMR 주 구매처가 됐다. 이 외에 새벽 배송시장에 뛰어든 유통업체가 늘어난 것도 주요인이다.
5. 가정간편식 4세대에서 5세대로 진화
1세대 간편식 : 1980년대 편의성을 강조한 즉석밥 시대
2세대 간편식 : 1990년대 냉장 냉동 신선도를 중시하는 시대
3세대 간편식 : 컵밥, 국, 탕, 찌개, 반찬류 등으로 외식의 내식화가 이루어진 시대
4세대 간편식 : 유통업계 PB와 유명 맛집과의 협업 제품(RMR) 및 밀키트 등을 앞세운 프리미엄 일상식 시대
5세대 간편식 : 건강을 생각하는 웰빙 프리미엄, 케어 푸드로의 확장을 전망
가정간편식의 발전과 진화는 우리 일상도 바꿔 놓았다. 가정간편식의 기폭제가 됐던 햇반이 처음 출시됐을 당시 국내 전자레인지 보급률은 60%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가정마다 전자레이지는 필수 가전제품이 되었다. 최근 CJ제일제당은 삼성전자와 함께 ‘전자레인지 교체 캠페인’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간편식 구독 서비스를 가입하는 고객에게 전자레인지·그릴·에어프라이어·토스터 기능을 모두 갖춘, 가정간편식 만능 조리기를 표방하는 삼성전자의 조리기기를 단돈 몇 만원에 교체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으로, 간편식 조리기 ‘비스포크 큐커’ 대중화를 위해 CJ제일제당과 손잡은 것이다.
HMR 시장은 대형 식품 업체가 자체 개발한 간편식이 중심이었으나 현재는 대부분의 업체가 시장에 뛰어들면서 메뉴 다양화와 고급화 추세가 뚜렷하다. 전국 유명 맛집 메뉴나 유명 셰프의 레시피를 반조리 식품으로 만드는 밀키트, 레스토랑 메뉴를 간편식으로 만든 RMR(Restaurant Meal Replacement)는 새로운 시장으로 주목받는다. 코로나19 장기화와 거리두기 일상화로 외식이 어려워지면서 가정간편식을 넘어 전국 맛집 음식을 집에서 그대로 맛보고 싶어 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매장에서 요리사가 만든 수준의 품질을 그대로 유지하되, 기술력을 통해 조리를 간편화한 형태다. 이름난 맛집들의 대표 메뉴를 간편식으로 만드는 만큼 맛에 대한 신뢰도가 높다.
밀키트, 외식 대체서 집밥으로 진화 중
소비자의 외식업에 대한 생각도 변화했다. 한국외식산업경영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2022 외식 트렌드’ 보고서에 따르면 소비자 10명 중 4명은 간편식이 외식을 대체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1인 가구의 급증 및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혼밥 문화의 확산은 밀키드와 HMR의 수요를 급성장시켰고, 건강식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증대하면서 간단하게 빠르게 먹고 싶지만, 건강한 한끼를 먹고 싶은 소비자의 취향을 저격한 것이다. 날로 커지는 간편식 인기에 식품 대기업은 물론 스타트업까지 시장에 뛰어들었다.
최근에는 유명 호텔과 맛집 등 직접 제조하거나 식품 공장에 의뢰해 HMR을 만들어 직접 파는 식으로도 진화했다. 이후 유명 맛집 레시피로 가정간편식으로 만든 레스토랑 간편식(RMR)도 등장했다. 최상의 식재료로 집밥만큼 공들인 고가의 프리미엄 간편식도 나타나는 등 HMR은 점점 진화 중이다.
여기에 최근 업체들이 보다 맛있고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재료를 내세우거나 유명 셰프가 직접 레시피를 만들어 먹기 쉽게 만든 레디밀(간편하게 데워 바로 먹을 수 있는 제품), 메디밀(건강식단) 등 올해도 프리미엄 HMR시장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6. 간편식의 해결해야 할 문제
HMR과 밀키트는 재료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개별적으로 포장한다. 따라서 하나의 음식을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비닐, 플라스틱 용기 등 포장재는 많은 쓰레기를 만들어 문제가 되고 있다. 실제로 환경부에 따르면 가정간편식의 증가와 함께 쓰레기 배출량도 증가했다고 한다.
이러한 간편함과 편리함을 제시한 이면에는 환경 문제가 남는다. 앞으로도 HMR과 밀키트 등 가정간편식은 지속 성장할 전망이고 그만큼 배출되는 쓰레기의 양도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행인 것은 이러한 태생적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 쓰레기 배출의 문제 역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비건 밀키트 제작에 앞장선 기업 V사는 분해 가능 플라스틱 포장재를 사용하는가 하면, S그룹 푸드는 ESG경영의 일환으로 ‘친환경·생분해 밀키트 포장재 기술 개발’ 과제를 제안했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목재에서 추출한 나노셀룰로오스를 활용해 고기능·생분해 포장재 개발 기술을 확보한 스타트업 ‘에이엔폴리’와 열대작물 카사바의 전분을 활용한 ‘그린웨일글로벌’이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문제는 이러한 포장재들의 비용이 만만치 않아 제품 단가가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환경 문제는 계속해서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문제로, 재활용률을 높이면서, 포장재를 줄일 수있는 방안과 친환경 포장재의 비용을 낮춰 보급을 늘리는 방안 등을 연구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건강만이 아니라 환경까지 생각하는 시대 소비자와 식품업계는 환경 문제도 고려해 배출되는 쓰레기의 양을 줄일 방법을 서로 모색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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